LOT 9

천경자 (1924 - 2015) (b.1976)

꽃을 든 여인

오프셋 석판화 (edition 120/150)

39×28cm | 2006

추정가 KRW 4,000,000

작품정보

sealed, dated and numbered on the front

작가 설명

“나의 작품은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고 미래의 세계를 상상하며 오늘의 꿈을 담은 한쪽의 드라마들이에요. 그 속엔 내 슬픈 생애의 단면들이 숨 쉬고 있어요. 화사한 보랏빛 행복과 꿈을 머금은 꽃, 상상의 나래를 펴는 나비가 있지만 그 밑을 흐르는 것은 여인의 진한 한(恨)이에요. 그래서 여인의 눈초리는 무섭기조차 하지요.”

천경자는 한국 채색화에서 독자적인 세계를 정립한 화가로, 전통적인 한국화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화사한 색감과 빈틈없는 구도, 정교한 붓질로 사실적이고 환상적인 세계를 보여주며, 화려하고 정한(情恨) 어린 아름다움을 작품에 묘사했다. 천경자의 채색화가 독보적인 위치에 자리매김한 것은 조류에 편승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보를 걸어간 것에서 기인한다. 천경자가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한 1950년대에서 1960년대의 한국 화단은 수묵채색화 분야에서 일본색을 청산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동양 화단에서는 수묵화 중심의 작품이 주를 이루게 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천경자는 서구 미술의 무분별한 수용과 채색화가 배척 당하는 현실에 저항하며 개성적인 화법을 구현하였고, '천경자의 채색화'를 그리게 된다. 

일본 유학에서 익힌 인물화에 대한 관심은 1942년, 조선미술전람회에서 입선을 하는 결과를 낳았고,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게 된다. 유학 길에서 돌아온 천경자는 전남여고 미술교사로 재직하며 첫 개인전을 열었고, 안정적인 작품 활동을 전개한다. 이처럼 화가로서의 삶은 비교적 평탄했으나, 개인사는 몹시도 고단했다. 남편과의 불화와 여동생의 죽음을 맞닥뜨리며, 지독한 현실에 저항하기 위해 새로운 소재인 ‘뱀’을 작품에 담게 된다. ’징그러운 뱀이라도 무더기로 그리지 않고는 목숨을 이을 수 없었다.’고 고백한 천경자의 처절한 상황을 반영하듯 <생태>(1951)는 수많은 뱀이 서로 뒤엉켜 그려져 있다. 역설적이게도 처절한 삶의 현실에 대한 저항을 형상화한 이 뱀 그림으로 천경자라는 이름을 화단에 각인시키게 된다. 

부산에서의 성공적인 개인전을 계기로 홍익대 교수로 초빙되어 서울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나 안정적인 삶 속에서도 외로움과 우울감이 천경자를 찾아왔고,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위해 세계 기행을 시작하게 된다. 천경자는 여행을 통해 자신의 작품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자 했고, 이로써 천경자의 영원한 테마인 '꽃과 여인'이 본격적으로 작품에 등장하게 된다. 

천경자의 그림 속 여인들은 그녀 삶 속의 희로애락과 함께 변모하며 때로는 좌절과 절망을 보여주었고, 때로는 꿈과 낭만의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자신이 꿈꾸는 이상향의 여인상들을 그리는 한편, 씁쓸함이 묻어나는 여인상을 담기도 했다. 특히 70년대 후반부터는 현실 너머의 4차원 세계에서 온 듯한 초월적인 여인상을 그려냈다. 천경자가 표현한 여인들은 단순히 화면 속에 갇힌 대상이 아닌,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아가는 과정 속에서 함께 변모하며 자전적 여인상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1995년, 미국 생활을 잠시 뒤로하고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게 된다. 한 여인으로 그리고 화가로서 느꼈던 천경자의 고단함과 이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노력을 알아주듯 당시 전시는 8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작품을 향유하고 감상하길 바라던 천경자는 서울시립미술관에 90여 점이 넘는 작품들을 기증하며,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끊임없는 경험과 도전을 통해 색다른 작품을 모색하고자 했던 천경자의 모습은 현재까지도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1944 동경여자미술전문학교 졸업

 
개인전
2018 성북구립미술관, 서울
2018 양평군립미술관, 양평
2016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2011 모리스갤러리, 대전
2006 갤러리현대, 서울
2004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분관, 서울
1995 호암미술관, 서울
1978 현대화랑, 서울
1965 이토 갤러리, 도쿄
1963 니시무라 갤러리, 도쿄

수상

1983 은관문화훈장
1979 대한민국예술원상
1971 서울특별시 문화상
1955 한국미술협회 전람회 대통령상
 
경력
1978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1954-7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교수
1946 광주여자고등학교 교사


외 다수

 

LOT 9

천경자 (1924 - 2015) (b.1976)

꽃을 든 여인

오프셋 석판화 (edition 120/150)

39×28cm | 2006

추정가 KRW 4,000,000